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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누다/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썰전’ 뺨치는 토론과 셀프 학습의 장,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

동원육영재단이 전국 유수의 대학과 함께 진행하는 ‘라이프 아카데미’ 현장! 이번 순서는 동원그룹과 인연이 깊은 부산의 명문 ‘부경대학교’와 함께하는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입니다. 부경대학교와 동원육영재단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전인교육의 청사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5월 26일 토요일,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간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 현장을 공개합니다.






“랑케 사상에 따르면 역사는 사실이 사실을 말한다잖아. 역사에 판단이 끼어들면 그건 역사가 아니지 않나?”

“아니지. 사실이란 게 변하니까. 대중에게 올바른 가치가 있는 일은 역사 아닐까? ‘올바른 가치’라는 판단 때문에 역사가 아니라면 좀 불합리하지.”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 수업이 열리는 동원산업 부산지사. 철학과 강의실을 방불케 할 만큼, 학생들은 아침부터 뜨겁게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첫 시간은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 4팀이 준비한, 철학자 E. H 카의 고전 <역사는 무엇인가>에 관한 토론이었는데요. 책의 핵심 내용 발제를 4팀이 발표한 후 이를 토대로 ‘인문과학’으로서의 역사가 ‘도덕’을 만나 어떻게 진보하는지를 나누었습니다. 





한 학기 프로그램인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는 총 14주간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주중에 모여 조별로 발제를 준비하는데요. 모두 다른 여섯 개의 주제이며, 이 내용을 6개 조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고 모두 함께 토론을 벌입니다. 



총 19명의 전문가 교수진이 주제에 따라 돌아가며 토론에 참여합니다. 이날은 이유식 한국일보 논설 고문, 유영일 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금융기업영업부 상무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주인공은 역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입니다. 교수진은 어지간해서는 먼저 입을 열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끝까지 듣고 서로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어딘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에 이르러 입을 뗍니다. 



“<변호인>에서 부림 사건을 예로 들어볼까? 예전엔 공안사건으로 당사자들이 전부 죄인 취급 받았었지만 이제는 평가가 달라졌잖아.”

“책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앞서 역사에 대한 논쟁의 병목 현상은 이유식 위원의 가이드를 기점으로 체증이 쑤욱 뚫리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이렇게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스스로 트렌드를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군주론>, <손자병법>, <삼국유사>에서 <호모데우스>,<제 4차 산업혁명>까지, 스터디 주제가 되는 책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의 토론이 책만으로 진행되진 않습니다. 매주 3권의 책과 함께, 두 가지 케이스 스터디까지 조별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사설을 읽고 분석하거나 회계자료, 디자인 관련 수업도 있습니다. 14주 코스를 마치면 학생들은 총 42권의 책을 숙지하고 24건의 경영 케이스 스터디를 마친 인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전인교육’이라는 동원육영재단의 교육이념을 학생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거죠.  



이날 케이스 스터디 주제는 ‘둘레길’. 부산 지역에서 ‘둘레길’로 마케팅할 수 있는 지역을 발굴해 마케팅 기획안을 수립하는 시간이었는데요. 학생들은 APEC 나루공원과 금련산 둘레길을 주제로 각각 마케팅 플랜을 기획했습니다. 
 



마케팅 전문가 유영일 상무에게 ‘팩트 폭격’도 당해보고 학생들끼리 옥신각신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발전하는 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요? 하나같이 밝고 신나는 표정입니다. 결국다음 주 유일영 상무와 함께 직접 금련산 둘레길을 답사해 보고 계획을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는 매주 토요일 온종일 진행됩니다. 월에 한 번은 에세이 쓰는 법, 마케팅 스터디, 스피치 등 특별 수업까지 포함하면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하기도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를 총괄하는 김형석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매주 주말을 투자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불만은 없나요?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가 사실 좀 힘들긴 해요. 학생이 주중에 만나서 토론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니 아무래도 주말에 수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놀고 싶다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2017년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어요. 우리 학생들 정말 자랑스러워요. 


Q. 이렇게 성과가 좋은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그동안 부경대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자기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전인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죠.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준 탓도 있을 거예요. 저희는 성적이나 활동 사항 같은, 소위 ‘스펙’을 보지 않습니다. 공지를 내고 지원서가 들어오면, 제가 학생들과 직접 면담을 진행해요. ‘면접’이 아닙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통해 이 학생은 꾸준히, 끝까지 활동하겠구나 하는 ‘열정’으로만 평가하거든요. 


Q. 운영 기간을 1년으로 늘릴 예정이라던데, 반응이 좋아서일까요? 

네. 아무래도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가 지향하는 전인교육을 실천하기에 6개월은 너무 짧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맛만 보고 간달까요? 그러던 중, 2017년 아카데미를 수료하고도 ‘더 배우고 싶다’며 2018 아카데미에도 지원하게 된 학생들을 보며 1년 과정을 생각했습니다. 다음 기수부터는 1년 과정으로 진행하려고요. 



김형석 교수는 학생에 대한 애정과 믿음, 묵묵히 지켜봐주는 리더십으로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1년간 토요일을 반납해야 하는 프로그램에 학생들도 정말 불만이 없을까요? 직접 물었습니다. 




Q. 주말을 온전히 할애한다는 게 쉽지가 않을 텐데요. 

오유경 학생: <역사란 무엇인가>도 그렇고,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읽기도 쉽지 않고 이해도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다 읽고 조원들과 모여 토론하고 발제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들게 돼요. 그러다 보면 주말에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를 진행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주말에 발표하고 또다시 토론하게 되면 많이 배운다는 사실에 뿌듯해져요. 



Q. 기억나는 수업이 있다면요?

경예슬 학생: ‘전통 산업 발전’을 주제로 한 케이스 스터디요. 제가 관심 있는 아이템이라 리더로 자원했는데, 아이템을 선정하고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팀원들도 많이 공감하고 함께 해줬어요. 이전 과제에서 박한 평가를 주셨던 교수님도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도 해주셨고요. 



Q. 부경 라이프 아카데미가 끝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박종화 학생: E.H 카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잖아요. 과거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시에 최근 이슈가 되는 다양한 케이스를 함께 연구하다 보면 결국 두 가지 철학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더라고요. 이를 깨달으면서 내 저변이 확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단편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온 사람은 면접에서는 무적이 되지 않을까요? 설명해 내지 못할 질문이 없을 것 같아요. 




이날은 특별히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이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에 방문했습니다. 각자 건강을 가꾸고 자신과의 약속을 완수해서 자신의 ‘1인분’을 다 할 때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강의로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를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자 어느새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오늘은 김영섭 총장이 ‘쏘는’ 학생들과의 치맥 파티로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강의실 한켠에 게시판이 눈에 띕니다. 바로 부경 라이프 아카데미의 ‘출석판’입니다. 학생들은 매주 참석할 때마다 포스트잇에 자신의 하루 다짐을 써서 붙이는 것으로 출석을 체크합니다. ‘화이팅’, ‘오늘도 도전!’ 같은 셀프 응원부터 ‘오늘 강의 기대됩니다’라는 참관자 모드, ‘날씨 좋다’는 자조적 멘트까지 ‘개성 뿜뿜’하는 출석판처럼, 부경대 라이프 아카데미 학생들 모두 매주 즐겁게 공부하고 토론하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멋진 청년으로 완성되어가길 기원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