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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文史哲) 돋보기 ②'역사'편] 신년의 문을 여는 역사 추천도서 4선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여가 시간에 주로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배움과 성찰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마트 기기로 접하는 다양한 미디어 소비 등 여가 활동의 폭이 과거에 비해 광범위하게 넓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독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꾸준히 권장하고 강조해야 할 습관이 아닐까요?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 독서를 통한 인재양성의 중요성과 함께 꾸준히 강조하는 ‘문사철 (文史哲) 600’. 오늘은 지난 시간 소개해 드린 문학서 4권에 이어, 역사서 4권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역사’. 혹자는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도 바쁜 세상에, 이미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보다 바른 길로 걸어 나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눈 떠야 하며, 어떤 이유로 이 세상이 오늘날까지 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고찰이 필요한데요. 역사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역사, 그리고 그 방대한 히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추천도서 4권을 지금 소개합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정의입니다. 역사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역사서의 고전, 에드워드 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인용된 문장이지요. ‘역사란 무엇인가’는 에드워드 카가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 이후 BBC 방송 및 주간지 Listner를 통해서도 일반에게 보급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역사 및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를 배우기에 앞서, ‘역사’라는 복잡하고도 치밀한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을 구체화하게 만듭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또 이를 둘러싼 동아시아 및 세계 각지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역사’를 되짚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과거 모습과의 대화인 것이지요.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에 대한 정의는 카에 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역사가들이 지닌 현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구성되며, 과거의 사실들이 어떠했는가 보다는 역사지식을 생산하는 역사가가 현재의 사회와 현실에 대해서 어떤 문제의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과 ‘해석’ 사이의 불가피하고도 끊이지 않는 논쟁에 대한 견해이기도 합니다. 올바른 역사관 확립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 시점, 일독을 권하는 의미 있는 역사서입니다.




고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다룬 책이 있는가 하면, 보다 흥미롭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이야기들을 곁들인 역사책도 있습니다. 바로 문화와 세계사의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는 ‘문화로 읽는 세계사’입니다. 역사와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수 년이 넘는 역사를 헤아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 책은 교과서와 문제집을 보며 달달 외우던 역사에서 벗어나, 그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던 방식과 문화 이야기를 접목해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근,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 왔는지 36가지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요. 연대 순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연표에 대한 부담감 없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그리스 로마를 필두로 하는 문명의 발전과정, 중세를 거쳐 근,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문화로부터 읽어내는 세계사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각 시대별 · 지역별 특징을 파악하게 됩니다. 또한 주제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도서나 기사, 오페라 등을 싣고 있는데요. 이 또한 저자의 해설이 더해져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는 세세한 연도나 사건 중심이 아닌, 역사 그 자체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인류의 근본적인 경향이나 특징을 파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기존의 역사 도서가 읽기 어렵게 느껴졌던 분들께, 역사적 사건보다는 당시의 삶이 궁금한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책은 일명 쏭내관 시리즈로 많은 입소문을 타고 있는 송용진 저 ‘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입니다. 최근 다수의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연구가 및 스타 강사들이 재미있게 알려주는 역사 컨텐츠를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라는 분야를 보다 쉽게 배우고자 할 때, ‘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과 같은 책은 가려운 곳을 명쾌하게 긁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45억년 지구의 역사, 500만년 인류의 역사, 5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 전 지구의 탄생과 생물의 출현에서부터 인류가 등장하고 진화한 선사시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세운 첫 나라 고조선과 삼국시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후삼국과 남북국시대, 한반도가 대통합된 고려시대를 거쳐 500년 왕조의 흥망성쇠가 스쳐간 조선시대, 민족의 어두운 역사 일제강점기를 지나 약 70여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현대사까지 길고 긴 역사를 단숨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섭도록 솔직하게 반복되고 있는 역사적 과오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오랜 세월 전부터 인류 그리고 우리민족의 땀과 눈물, 희망, 좌절로 엮어져 내려온 역사는 결코 지나간 과거의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반석이자 미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기에, 이 책은 흥미진진한 전개 중에도 삶에 있어 역사란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역사’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역사해설가인 저자가 마치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이 책을 통해 지구의 역사, 인류의 역사, 그리고 한반도의 역사를 단숨에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중국 이해의 출발점이다.” 뉴욕타임스 서평 중 한 구절입니다. 총 5부 25장으로 구성된 ‘현대중국을 찾아서1’은 명나라 말기부터 천안문 사태에 이르는 약 400년의 중국사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구성한 책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 사람보다 삼국지를 더 즐겨 읽지만,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중국 역사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명나라가 소수에 불과한 북쪽 변방의 만주족에게 왜 정복되었는지, 태평천국의 난은 왜 일어났는지,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전 2권으로 이루어진 ‘현대중국을 찾아서’ 시리즈는 이러한 중국의 핵심적인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아서는 타국이라는 괴리감과 방대한 내용에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는데요. 이 책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중국의 역사를 재미있게 전달하며, 탁월한 문장력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합니다. 한 마디로 픽션 같은 역사책이지요. 또한,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35컷의 컬러화보와 200컷의 흑백화보를 실었는데요. 이는 대부분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희귀사진들과 명화들로, 역사 현장의 사실감을 더 없이 생생하게 전달해줍니다. 미국의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조너선 D. 스펜스가 전하는 중국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까지 역사에 대한 정의를 다룬 서적과 세계사, 한국사, 중국사 이야기 등 ‘역사’ 분야의 추천도서 4권을 살펴보았습니다. 역사서를 읽는 즐거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와 같은 궁금증의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기도 하지만, 과거 누군가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깨닫고 배우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를 통해 올바른 현재와 미래를 배우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유익한 분야이지요. 2016년 새해, 의미 있는 역사서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자주적이고 목적의식 뚜렷한 한 해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