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호평해 화제가 되었던 그 지도 말이죠.
지금은 청와대는 물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도 걸려 있지만,
일찍부터 거꾸로 세계지도를 곳곳에 걸어두었던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동원그룹입니다.
이는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고 있음을 발견한 김재철 회장으로부터 비롯됐는데요.
거꾸로 세계지도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바다에서 희망을 읽은 청년 김재철의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25 사변으로 온 나라가 폐허나 다름없었던 1954년.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제일 큰 과업이었던 시절, 남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 계속 메아리 친 건 다름아닌 스승의 한 마디.
땅은 온통 쑥대밭이었지만,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깊고 고요했죠. 청년에게 바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처럼 보였고, 바다 개척은 숙명과도 같았습니다. ‘그래, 답은 바다에 있다’. 우리나라가 언젠가는 온 바다를 누빌 때가 오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바다와 같은 꿈을 품은 이 청년은 바로 지금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서울대 농과대학 장학생을 포기하고 국립수산대학 어로과에 입학한 그는 너무나 낙후된 우리나라 수산계의 현실과 맞닥트리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 갔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다시 한 번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립니다. 먼 바다로 떠나는 배, 즉 원양어선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거죠. 1958년 당시는 육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어장에서 조업하는 연∙근해어업으로부터 아주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업으로 점차 눈을 돌리던 시기였습니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시절. 대학에서 공부한 젊은이가 원양어선을 타겠다고 하자 모두가 비웃었습니다. 청년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실습항해사의 자격으로 배에 몸을 실은 청년 김재철. 그 배는 우리나라 최초로 태평양 사모아에 출어한 원양어선 지남호였습니다.
제대로 참치잡이를 위해 떠난 배였지만 승선한 이들 중 참치가 어떤 물고기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청년은 일본에서 구한 어류도감으로 참치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혹여 “대졸자라 건방지다”는 얘기라도 들을까 봐, 식당 일이나 화장실 청소 같은 궂은일도 도맡아 했죠. 뚝심 있는 그의 모습에 그를 따르는 사람도 늘었고, 어획량도 눈에 띄게 높아져 갔습니다. 그렇게 배에서 생활하길 1년, 지남호는 드디어 적도 넘어 남태평양을 지나 사모아에 도착합니다.
처음 선장이 되던 해 그의 나이는 27세, 고려원양어업 수산부장으로 인도양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선보였던 해엔 불과 32세. 1969년 마침내 그는 동원산업 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그의 나이 35세의 일입니다. 요즘이야 청년 창업이 흔한 일이지만, 당시엔 무척 드물었습니다. 특히 이국차관 37만 달러를 정부의 지불보증 없이 얻어낸 것도 이례적이었는데요. 김재철 회장이 당시 끌어들인 차관은 ‘정상 외 외화결제방식’이라는 명칭이었는데, 이는 외국으로부터 어선을 들여온 후 뱃값은 나중에 고기를 잡아 갚겠다는 뜻입니다. 그가 그간 국내외로 쌓아 올린 신용이 보통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죠. 월등한 어로기술과 신뢰성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거래. 이 자금으로 들여온 500톤급 연승선 두 척, ‘동원’을 이름으로 내세운 동원 31호와 동원 33호는 김재철 회장이 꿈꾸었던 가능성의 무대 바다를 향해 힘차게 닻을 올렸습니다.
명문대가 아닌 수산대학 선택, 목숨마저 담보로 해야 했던 원양어선 승선, 승승장구하던 직장을 뒤로하고 택한 새로운 회사 설립에 이르기까지, 김재철 회장의 선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듯이, 남들과 다르게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고 바다로부터 한반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측한 김재철 회장. 그가 걸어온 길과 그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거꾸로 세계지도는 곧 동원그룹의 도전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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