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흐르고 풍경은 변합니다. 이것만큼은 참 틀림이 없습니다. 사계절 중 가장 풍성한 자연이 펼쳐지는 여름날, 모처럼 휴가를 내고 가족들과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Museum SAN)’입니다. 정원과 미술관, 박물관, 카페를 한데 모아놓아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뮤지엄 산은 충만한 자연과 문화의 향기, 건축의 미학을 온몸으로 경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동원F&B 성남공장 생산지원팀 정승기 과장 가족이 이곳 원주 뮤지엄 산으로 여행에 나섰는데요. 자연과 예술이 조우한 풍경 속에 가족사랑이 피어난 이들의 하루를 따라가 볼까요?
온 가족이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설레는 것일까요? 이제 막 원주에 당도한 정승기 과장 가족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려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정승기 과장이 마련한 선물로 특히 평소 아들을 돌봐주는 장모를 위해 온전한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춘천에서 지내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장모님께서 맞벌이인 데다 주말 부부인 저와 아내를 위해 15개월 된 아들 현우를 돌봐주시고 계십니다. 유일한 취미생활인 수영도 포기하신 터라 주말에 뵐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에요. 마침 장모님과 장인어른 생신이 얼마 전이어서 가족여행을 선사해드린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뜻밖의 여행에 다섯 식구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서려 있습니다. 여행은 미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갈한 한 상 차림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이들은 강원도 원주 지정면에 자리한 ‘뮤지엄 산’으로 향합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오롯이 반영된 곳. 공간(Space)과 예술(Art), 그리고 자연(Nature)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휴식처로 다섯 식구가 나섭니다.
뮤지엄 산 가는 법
자동차: 광주원주고속도로 서원주IC교차로에서 오크밸리 횡성 방면으로 우측 방향(약 10분 소요)
택시: KTX 만종역->뮤지엄산(약 20분 소요, 택시 요금 약 12,000원)
가장 먼저 플라워가든에 다다르자 눈도 즐겁고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오~” 드넓게 펼쳐진 패랭이꽃밭 풍경이 맘에 드는지 현우가 추임새를 넣자 유쾌한 웃음이 터집니다. 길은 자작나무 숲으로 이어집니다. “자작나무 봐, 키가 큰 것 보니 꽤 오래 살았구나.” 다섯 가족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세심한 눈길을 주며 느긋이 돌아봅니다. 초록 풍경을 양쪽으로 두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이들. 자연이 선물하는 최고의 호사를 누립니다.
길 끝 모퉁이를 돌자 예상외의 풍경이 여행의 기쁨을 더합니다. 워터가든이 그곳으로, 물이 거울이 되어 하늘을 비추고 산을 품습니다. 미술관으로 이르는 길에는 강렬한 빨간색의 조각인 ‘아치형 입구’가 이들을 반깁니다. 물과 자연, 건축의 절묘한 조화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정겨운 기념사진도 남기는 이들. 아내 박윤주 씨는 공간이 마음에 든다며 웃었습니다.
“평소 시간을 내긴 어렵지만 가족들과 여행을 가려고 노력합니다. 지난번에 경주와 삼척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또 남편과 연애 시절 추억을 쌓았던 양구의 한 미술관이 생겨나네요. 요즘에는 각자 바쁜 터라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매력적인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 됩니다. 또 하나의 ‘인생 여행지’가 될 것 같은데요?”
이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담긴 미술관으로 향할 차례입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돌, 철로 만들어진 차가운 건물은 통유리창을 통해 빛을 받아들이고 물과 산의 풍경을 보여주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건축의 미학과 푸른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건물 구석구석을 감상하며 느린 걸음을 한 번 더 늦춥니다. 어느새 다다른 종이박물관에서는 종이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한눈에 감상합니다. 요즘 부쩍 호기심이 많아진 현우는 모든 게 다 신기합니다.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인 박기동 씨 또한 평소 책과 시 쓰기를 좋아하는 만큼 이 시간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자 가족들의 ‘미술 시간’이 시작됩니다. 세상 단 하나의 컵 만들기 도전한 것인데요. 그림을 그리고 전사 기계를 사용해 그림을 컵에 새겨 넣는 방식입니다. 오랜만에 잡아본 연필이 영 어색하지만 삐뚤빼뚤한 그림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음이 납니다. 주제도 다채롭습니다. 장인과 장모는 자연과 집,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개성 있는 컵을 완성했습니다. 부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알콩달콩한 그림으로 연애 시절 못지않은 달달함을 발산했습니다. 현우 얼굴을 새겨넣은 컵까지 완성! 컵을 나란히 놓고 오도카니 바라보니 가족만의 명장면이 떠오릅니다.
“지난해 4월, 현우가 태어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내가 입덧, 피부 트러블 등으로 임신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현우가 튼튼하게 태어났지요. 아내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마웠습니다. 지금 현우 키와 몸무게가 상위 15%랍니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주니 매일이 감격스럽습니다.”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는 광활한 산을 바라보며 여유 만끽하기입니다.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커피를 즐깁니다. 마주 앉아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 한 자락이 깊이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정승기 과장은 문득 아내를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오릅니다.
“8월 23일이었지요. 친구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났는데, 앉은 자리에서 무려 4시간을 대화했어요. 동갑내기인 데다 마음이 잘 통하더라고요. 2016년에 결혼한 후 어느새 셋이 되었네요. 주중에는 제가 성남에 있는 터라 아내가 교사 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 육아를 하거든요. 힘든 티 안 내고 묵묵하게 임해줘서 참 고맙죠.”
장모 조철환 씨는 두 사람을 보면 마냥 흐뭇하기만 합니다. 생애 가장 큰 시름을 덜어준 정승기 과장에게 무한 애정을 보냅니다.
“딸이 결혼을 안 한다고 해서 ‘평생 어떻게 데리고 사나’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결혼을 하겠다는 거예요. 정 서방을 보고 첫눈에 ‘사람이 참 순수하고 딸을 많이 아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든든했답니다. 두 사람을 볼 때마다 흐뭇하지요.”
대화가 깊어갈 무렵 다섯 식구는 각자의 소망을 나눴습니다. 한사코 꾸미지 않는 ‘자연’처럼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서로에게 있는 그대로 다가가는 삶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어느새 짧지만 풍성한 경험을 누린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자연의 본령은 관상이 아니라 치유라고 했던가요? 너른 자연의 품속에서 보살핌을 받은 것처럼 힐링을 누린 가족.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산이, 향기로운 꽃이, 시원한 그늘막이 되리라 다짐합니다. 지금껏 그랬듯이, 그리고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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