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을 즐기다/리빙&컬쳐

[문사철(文史哲) 돋보기 ③ '철학'편] 인생을 담은 철학 추천도서 4선


우리 시대의 지식인, 교양인이 되기 위한 발걸음 ‘독서’. 동원그룹 BLOG에서는 ‘문사철 (文史哲) 600’의 뜻을 되새기며 인문학과 역사에 관한 양서를 추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문사철 돋보기 3편, 인생을 담은 철학 도서 네 권을 추천해 드리려 합니다. 

경제학이나 물리학은 이름만 들어도 그것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철학’의 경우 그 이름만 듣고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다소 어렵습니다. 철학은 학문의 대상이 일정하지 않으며, 매우 방대한 범주의 학문으로 꼽히는데요. 쉽게 말하면 인생, 세계 등 삶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어떻게 보면 철학은 인생 그 자체로서, 가장 원초적이고 삶에 가까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평범한 우리의 삶에 의식을 깨우는 철학서 네 권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철학서, 어떤 책들이 있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함께 서양 학문에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그의 사상을 담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윤리학에서 가장 체계적인 저술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인생 행복지침서로, 철학도들에게는 전통적인 고전 철학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행복한 삶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상식에서 시작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은 행복이며, 행복은 중용의 상태에서 누릴 수 있다’고 전하는데요. 여기서 중용이란, 어느 한 쪽에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절제’를 예로 들면 모자란 상태는 무감각, 지나친 상태는 방탕함을 의미하는데요. 무감각과 방탕함 사이의 절제 상태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덧붙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진정 행복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전 철학서인 만큼 무게감이 있고 쉽게 읽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행복에 대한 의문이 들 때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읽어본다면 깊이 있는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양 고전 철학서 『심경부주』의 역사는 조선 후기 ‘심경’이라는 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심경’은 조선 후기를 이끈 수신과 치국의 통치철학 ‘서경’, ‘시경’, ‘주역’, ‘논어’ 등 유교 경전과 송대 유학자 주희, 주돈이, 범준, 정이천 등의 글에서 마음의 본질과 운용 방법을 설명한 부분들을 선별하고 발췌해 37장으로 엮은 책입니다. 그로부터 250여년 후, 명나라 정민정이 ‘심경’이라는 책을 토대로 다른 유학자들의 해석을 인용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총 4권으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이 『심경부주』인데요. 동양적 학문법과 사유 방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조선 국왕들과 유학자들의 필독서로 꼽힌 책이지요. 소개만 듣는데도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죠? 학술 저널리스트 이한우는 고서인 『심경부주』의 한문을 최대한 줄이고, 끊어 읽기 순서에 맞춰 한자의 음을 다는 등 현대인들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해 오늘날의 『심경부주』를 탄생시켰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책은 리더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사람의 마음은 본디 사사로운 욕심이나 욕망에 의해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좋은 정치를 실현하려는 사람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 도리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리더로서 경계하고 삼가야 할 것과 꾸준히 훈련하고 배워야 할 것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며, 각자 인생의 리더인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 전하고 있습니다.




『소피의 세계』는 부제 -소설로 읽는 철학- 에서 알 수 있듯, 방대한 서양 철학을 소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철학서입니다. 큰 이야기 속에 작은 이야기가 담긴 액자식 구성으로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철학을 우리 삶에 보다 가까이 끌어와 철학 대중화의 성공적인 예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1994년에는 북유럽과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로 주목 받았으며, 독일 청소년 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무려 6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 4,000만 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달성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팔린 철학책으로 손꼽히고 있답니다.

이 책은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14살 소녀 소피가 “너는 누구니?”라는 의문의 편지를 받으며 시작됩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스스로를 철학자라고 소개하며 곧장 소피에게 철학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는데요. 여러 통의 편지를 통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고대 철학자부터 흄, 키르케고프, 프로이트 등 현대 철학자까지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설명을 통해 독자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만들며, 철학적 삶과 태도에 대한 동경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킵니다. 초보자도 철학적 이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피의 세계』는 익숙한 일상에 안주하려 하는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식과 본질』은 복잡하게 뒤섞여 공존하는 동서양의 철학을 한 권으로 꿰뚫어놓은 철학서입니다. 일본에서는 30년간 꾸준히 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즈쓰 도시히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으로, 전 세계 종교 철학의 경전과 고전의 대표 언어인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등을 비롯해 아랍어, 영어, 불어, 독어, 러시아어 등 20여 개 이상의 외국어를 섭렵한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천재로 꼽힙니다.

그의 저서 『의식과 본질』 역시 그의 놀라운 지식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동서양 사상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불교, 선불교, 노장사상, 공맹사상, 신유학, 힌두교, 탄트라, 이슬람, 카발라 등 동양철학에 속한 갖가지 종교와 사상의식을 ‘본질’이라는 서양 철학의 키워드 하나로 묶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양 철학을 이해하기도 힘든데, 이를 서양 철학과 연계해 설명한다는 점이 자칫 낯설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저자의 치밀한 의도가 숨어 있는데요. 동양의 수많은 사상과 깨달음을 학문적으로 재배치하려는 이 시도는 인류의 다양한 사상적, 학문적 연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동양철학을 실존적으로 이해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본 적 있다면 『의식과 본질』이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도 추상적일 수 있는 ‘인생의 가치’, 이 방대한 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철학서 네 권을 살펴보았습니다. 가까이 하지 않을 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현재 사는 인생에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삶의 지침을 담은 철학서는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일상이 무료한 이들에게는 자아 의식을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문사철 시리즈를 통해 인문학, 역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진부하지만 진리를 담은 말처럼, 책은 지식을 채우고 마음의 덕을 쌓게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독서하는 습관을 가르치며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하루 30분씩만 책 읽는 습관을 들여도 1주일이면 1권을 읽을 수 있겠죠? 이번 문사철 시리즈를 통해 우리 모두가 조금이나마 책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2016년은 훌륭한 양서와 함께 교양을 쌓고 심신을 수양하며, 어느 때보다 보람찬 한 해 보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