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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즐기다/리빙&컬쳐

[청춘동원 서포터즈] 눈이 펑펑! 겨울 홋카이도 여행기


종강 후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홋카이도로 겨울여행을 떠났습니다. 갑자기 정해진 여행이라 많은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하고 갔는데요. 사전대비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꼼꼼히 준비하고 가면 편하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더 폭넓게 보고 느낄 수 있지만 잘못하면 내가 만든 스케줄에 갇혀 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현지에서 부딪히면서 나아가는 여행도 좋다고 합리화를 하며! 일본을 떠났습니다. 1년에 겨울이 절반인 홋카이도는 <러브 레터> 이후 우리나라의 수많은 여행객을 이끄는 대표적 겨울 여행지가 되었는데요. 홋카이도는 생각보다 정말 큽니다. 남한의 면적이 10만㎢쯤 되는데 홋카이도의 면적이 8.3만㎢ 정도라고 하네요. 저는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삿포로와 영화 ‘러브레터’로 유명한 오타루에 다녀왔습니다. 





삿포로의 신치토세공항에 도착 후 먼저 삿포로로 향했습니다. 겨울은 삿포로에서 가장 긴 계절로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많이 열립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에도 눈이 많이 내린 후였는데요! 삿포로역에서부터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오도리공원, 그리고 중심가 스스키노까지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미끄러운 눈길에서 많이 걷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삿포로 스스키노거리


신치토세공항에서 기차로 40분 남짓 달려 삿포로에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저녁도 먹고 둘러볼 겸 삿포로의 번화가인 스스키노로 향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의 거리였습니다. 홋카이도 여행날의 첫 식사는 한국에서부터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은 양고기 구이 전문점 ‘다루마’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가게이름 다루마, 무슨 뜻일까요? 바로 ‘달마도사’의 ‘달마’ 라고 합니다. 예상밖의 익숙한 이름이라 반가웠습니다. 다루마에서는 개인화로에 징키스칸의 모자와 비슷하게 생긴 불판을 올려 양고기와 야채를 구워먹는데요, 고기도 여러 부위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메뉴인 징키스칸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스시, 라멘등 해산물을 기대했는데 양고기구이가 유명하다고 해서 의아하기도 했는데요. 양고기하면 중국의 양꼬치가 떠올랐는데 먹어보니 중국의 양꼬치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오롯한 일본의 양고기였습니다. 부모님도 저도 지금까지 먹어본 양고기중에 정말 맛있었다고 감탄하며 마지막날 다시한번 방문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지점마다 맛볼 수 있는 일본의 생맥주!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오도리공원의 크리스마스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저녁을 먹고 오도리공원에서 한창인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삿포로의 중심을지나는 오도리공원에서 삿포로 TV 타워까지 이어지는 눈과 빛의 축제로 현지인, 외국인할 것 없이 모두 아름다운 눈과 빛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또한 아주 유명한 삿포로의 대표 겨울 눈축제인 ‘유키마츠리’도 오도리공원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음악까지 배경음악으로 깔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삿포로 TV까지 쭉 내려가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집니다. 아기자기한 제품들과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한다고 하니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죠! 



물론 매일 밤 편의점에서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와 과자, 음료 등등 털어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보다 보니 과연 그 종류와 신기한 제품들이 너무 많아서 편의점 그 자체로도 신기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소복히 눈이 쌓인 삿포로





영화 ‘러브레터’를 아시나요?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라서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영화 속 배경이 된 곳이 오타루라고 합니다. 영화 러브레터 속의 아름다운 설경은 제가 겨울 홋카이도 여행이라는 로망을 품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타루는 기차로 삿포로에서 4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오타루는 홋카이도에서 최초로 부두를 건설하여 홋카이도 개척의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는 메이지 말기의 많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오타루에서는 일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료칸에서 묵었습니다. 


료칸이란?

료칸은 에도시대(1603-1868)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일본의 숙박시설로 일본에서는 일본정원이 어우러져 있으며, 식사는 가이세키 요리가 코스별로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다다미 형태로 구성하고 있는데, 다다미가 깔려있는 방, 공동 욕실, 방문객들이 유카타를 입을 수 있는 개인공간이 있습니다.




오타루 후루카와 료칸


료칸은 인기가 매우 많아 방이 없던 탓에 양실로 예약하게 되어 저는 다다미방에서는 묵지 못했지만 오타루 운하전망의 방에서 일본 전통 옷을 입고 온천과 가이세키요리를 즐길 수 있어 색다르고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셔서 즐거웠습니다.


료칸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오타루 운하


료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이세키요리는 일본식 정찬으로 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순차적으로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용 코스요리입니다. 제가 묵었던 료칸에서는 7가지의 코스와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한 코스의 양이 작아보여 식사 후 편의점에서 라면을 하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료칸에서의 가이세키 요리


저녁을 먹고 오타루 맥주를 마시기 위해 료칸 바로 맞은편에 있던 맥주창고 ‘넘버원’을 찾았습니다. 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공장이자 맥주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기도 한 곳입니다. 낮에는 양조장을 견학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도 있다고 합니다. 


맥주창고 ‘넘버원’ 내부시설


맥주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었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맥주였습니다! 겨울에만 파는 맥주도 있다고 하니 겨울에 온 보람이 있네요!



다시 료칸으로 돌아와 료칸에 온천, 특히 정말 해보고 싶었던 노천온천이 있어 정말 기분 좋게 목욕하고 누우니 정말 꿀잠을 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은 시원하고 몸은 따듯하고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여행하는 동안 오지 않던 눈이 내리고 있네요! 오타루의 눈오는 거리를 돌아볼까요? 오타루는 그리 넓지 않은 작은 도시입니다. 오타루에서는 오르골당, 유리공방길, 스시거리, 운하 정도가 유명한데요. 미나미 오타루역에서 조금 걷다 보면 메르헨 교차로에 위치한 오르골당이 보입니다. 오타루 오르골당(小樽オルゴ-ル堂)은 오타루의 명물 오르골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점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세계의 오르골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는데 모두 3만여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판매하는 상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타루 오르골당


메르헨 교차로에서 운하쪽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유리공방과 상점들이 나옵니다. 건물들이 옛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거리 그 자체가 엄청나게 예쁘고 아기자기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건물들을 찬찬히 돌아보시며 사진도 많이 찍으시기를 추천드려요! 오타루는 유리공예로 유명한데요,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유리공방이 배경으로 자주 나왔던 것이 생각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많이 있어서 구경하며 기념품을 사기도 좋았어요!  



오타루의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거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인 쇼타의 고향이 오타루인 것 아시나요? 해산물이 신선하고 맛있으며 옛날부터 내려오던 스시집이 많아 딱히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왠만한 곳은 모두 맛있다고 할 정도로 오타루에서는 스시를 꼭 드셔보아야 합니다! 또한 홋카이도의 대표적 특산품이 털게이기도 해요. 다양한 스시와 해산물 그리고 덮밥을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연어알X성게알 덮밥


이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삿포로와 오타루는 홋카이도의 1/100정도 밖에 못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홋카이도는 자연도 잘 보존이 되어있고 특산품도 많은 무궁무진한 곳이었습니다! 눈이 정말 잘 어울리는 로맨틱한 여행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눈이 많이 와서 힘들 수 있었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아름다워서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인과 누구나 함께 가도 즐거운 여행지였습니다! 그러나 눈이 정말 아름답지만 저희에게 굉장한 마음고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50년만에 폭설이 와서 비행기가 줄줄이 결항되고 기차의 운행을 멈추는 바람에 최대 6000명의 여행객이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눈이 워낙 많이 온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오는구나’ 라고 간단히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공항으로 떠나려고 하니 기차가 눈 때문에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결국 체크인 마감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공항에 도착했지만 결항된 비행기와 지연된 비행기의 여파로 전쟁통을 연상하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3시간정도만 기다리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오니 항공기 사정으로 3일째 못 돌아온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해 소소한 안도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렇듯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점이 두렵지만 가장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할까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겨울 또는 다음 겨울, 로맨틱한 눈의 홋카이도를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